1. 큰 상을 수상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저는 지난 2월 말부터 미국 동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듀크대학교(Duke Medical Center)에서 교환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교회에도 열심히 나가고, 신앙 성장 캠페인을 계기로 그동안 미루어왔던 성경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2. 이번에 미국심장학회로부터 받은 ‘2012년 올해의 젊은 최고 과학자상’은 어떤 상인가요?
이 상은 미국심장학회(ACC)에서 기초연구 혹은 임상연구 분야에 있어 과거 수년간의 심혈관질환 분야의 발전에 대한 공헌도와 학문적인 기여도를 평가하여 매년 한 명의 젊은 의과학자를 선정하여 수여하는 상입니다.
3. 최고 과학자상을 수상하게 된 연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미국이나 유럽처럼 우리나라도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성인병이 늘고,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심장질환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저는 심장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인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질환에 효과적인 치료 방법 및 예후 등에 관해서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4. 큰 병원에서 많은 시술을 하다 보면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하셨나요?
보통 새벽 6시 30분부터 시술을 시작하는데, 낮이든 새벽이든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30분 내에 병원에 도착해야 합니다. 주일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주일예배에는 꼭 참석하지만, 심근경색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다는 호출을 받고 예배 중간에 허겁지겁 나간 적도 많았습니다. 특히 명성교회 특별새벽집회에 많이 참석하지 못하고, 병원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주중에 성경묵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늘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시어 미국으로 연수를 오게 되었는데, 이곳에서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성경 말씀도 열심히 읽고 기도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5. 교회에서 특별히 섬기는 봉사부서가 있나요?
저희 부부는 2000년부터 명성교회에 출석했으며, 2년 전부터 의료선교회에서 아내와 함께 봉사하고 있습니다. 의료선교회는 의료업계 종사자들로 구성된 의료봉사선교회로서 강동노인복지관에서 매주 무료진료, 상담, 투약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2011년 중반부터 심상열 위원장님, 김효준 부장님을 중심으로 국내 아웃리치와 소망교도소 진료, MCM 해외의료선교 등의 사역을 감당해 오고 있으며, 더 많은 봉사를 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6.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2005년에 아내가 둘째아이를 임신했는데 부작용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밤 11시 이전에 귀가하는 날이 일 년 중 일주일도 안될 정도로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던 때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아내는 임신부작용으로 복수가 차고 상태가 안 좋아져서 근무하던 병원에 바로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괜찮다는 아내의 말만 듣고 입원 당일에는 가 보지도 못하고, 입원 다음날 저녁 10시가 다 되어서야 아내가 입원한 병원에 갔는데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밤새도록 한잠도 못자고 화장실을 드나들던 아내가 새벽 5시경 갑자기 침대 옆으로 쓰러졌습니다. 깜짝 놀라서 바로 일으켜 세웠으나 입이 한쪽으로 완전히 돌아가고, 왼쪽 손과 발을 전혀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임신합병증으로 급성 뇌졸중이 발생한 것입니다. 순간 신경과 의료진을 빨리 찾았지만 여의치 않아 동이 막 트려는 새벽에 앰뷸런스를 타고 눈물을 흘리며 제가 근무하는 아산병원으로 긴급 후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앰뷸런스 안에서, 그리고 응급 MRI 촬영실 앞에서 때가 꼬질꼬질한 와이셔츠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발을 동동 구르고 하나님께 간절히 애원했던 두 가지 기도를 하루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하나님,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회개합니다. 제발 저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불쌍한 제 아내를 살려 주세요. 다른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평생 동안 어떤 시련이든 이겨내겠습니다. 아내와 5살 난 아들과 함께 올림픽공원에서 웃으며 사진 찍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세요.”
제가 아는 의학적 지식으로는 급성 뇌졸중은 평생 불구로 사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당시 33세인 젊은 아내를 평생 불구로 살게 할지도 모른다는 죄책감과 함께 점점 심해지는 복수, 폐부종, 심장 혈전 등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병세로 인해 하나님 곁으로 보내야 할지도 모르는 정말 절박한 순간이었습니다. 아내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20여 일 동안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5살 난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내에 대한 죄책감으로 매일 눈물 흘리며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리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놀라우신 하나님의 은혜로 아내는 아무런 후유증도 없이 완치가 되었습니다. 퇴원하자마자 올림픽공원에 가서 온 가족이 웃으며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에는 성경에 나오는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이, 김삼환 목사님의 설교 한 말씀 한 말씀이 모두 저에게 주시는 말씀인 것만 같아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간절하게 구하면 저같이 부족한 사람의 기도도 다 들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무심하게 느꼈던 일상의 모든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은혜로운 일이며,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이 어떤 의미인 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일로 인하여 의사인 저에게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습니다. 배운 공식대로, 기계적으로 진료하던 제가 환자들의 아픔과 감정을 그들의 입장에서 느끼고 귀 기울여 듣게 된 것입니다.
7. 평소에 무엇을 위해 기도하시나요?
가족의 건강과 올바른 신앙생활을 위하여, 특히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기도합니다. 또한 저로 인하여 제가 보살피는 환자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제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기도합니다. 그리고 영특함보다는 근면함을 주셔서 지치지 않고 두 배 세배 더욱 노력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무엇보다 저같이 아무런 배경도 없고, 가진 것 하나 없는 보잘것없는 촌사람에게 큰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8.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성실히 임하며, 주신 달란트로 더 많은 일에 쓰임 받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김삼환 목사님께서 보내 주신 엽서를 제 연구실에 붙여 놓았는데, 엽서에 적힌 이사야 41장 10절의 말씀을 늘 묵상하며 희망을 갖고자 합니다.
9. 성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어떤 어려움과 고난이 있더라도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의지하면 무엇이든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는 똑똑하고 영특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달란트를 가지고 가족의 자랑이나 안정에 목표를 두고 구체적인 비전 없이 미래를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님께 귀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일수록 자신이나 가족보다는 이웃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하여, 더 나아가 대한민국과 세계를 위하여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늘 고민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질 때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달란트로 더욱 크게 쓰임 받을 수 있습니다.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베풀고 돌려줄 때 지금의 꿈나무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훌륭한 인재로 자랄 수 있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성도님들과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