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원망 잊고 사건 1년 만에 서로 용서 통해 하나돼”
29일 한국교회봉사단과 한국교회희망연대가 통합, 한국교회희망봉사단으로 일원화 된 것은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 차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한국교회가 봉사 영역에서 하나가 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나눔 사역이 가능하게 됐고 사회의 대교회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화해와 일치의 정신을 보여준 상징적인 순서가 있었다. 용산 참사로 숨진 철거민 가족과 경찰관 유가족이 사고 1년여 만에 처음으로 만나 서로를 향해 화해와 용서의 손을 내민 것이다. 이날 이들은 그동안 겪었던 고통과 분노, 원망을 딛고 서로 용서했다. 하나가 됐다.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용서와 화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날 고(故)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 씨 등 유가족과 고 김남훈 경사의 부친 김권찬씨는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보지 않은 가운데 수없이 원망했던 상대들이었다. 물론 이날 만남에선 미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먼저 손 내밀기를 망설였다.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때 봉사단 대표회장으로 선임된 김삼환 목사가 화해를 선포하며 “이제 서로 손을 잡자”고 말했다. 이들은 김 목사의 말에 화답했다. 서로 손을 내밀었다. 화해의 순간이었다.
이날의 감동적인 화해는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봉사단은 경찰 측 가족을, 용산 철거민 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최헌국 목사는 유가족을 설득했다.
봉사단 김종생 목사는 “유가족은 단상에 서는 순간까지도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면서 “그러나 일단 손을 잡은 후부터는 태도가 완연히 달라졌다”고 31일 밝혔다.
김 목사는 이날 순서를 마치고 전재숙씨를 만났다. 전씨는 김 목사에게 “처음엔 불편했습니다. 멋쩍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화해를 했겠습니까”라며 고마워했다. 서울 신용산교회 집사로 유가족 중 유일한 신자인 전씨는 이미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경찰 측과 화해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사의 부친 김권찬씨 역시 착잡한 심정이긴 마찬가지였다. 철거민 유가족 모두가 경찰 측 가족인 김씨에게 화해의 뜻을 내비친 것도 아니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앙금은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역시 나중에는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용산 참사 이전까지 개인택시를 운영해왔다. 아내 최모씨는 심장병과 혈압, 우울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아내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택시를 팔려고 내놓은 상태다.
미혼의 딸 역시 직장마저 그만두고 모친의 병시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서울의 한 교회에 출석하던 신자였으나 그동안 충격으로 교회에 가지 못하고 있다.
봉사단의 김 대표회장과 이영훈 오정현 상임단장도 이날 무대 뒤에서 양측 가족들을 만나 화해를 적극 권했다. 김 대표회장은 순서를 마친 뒤 “모두가 쉽지 않았겠지만 화해를 하게 되어 잘됐다”며 “남아있는 재판 등 모든 절차가 잘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봉사단 관계자는 “용산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향후 세입자 보상 문제와 9명의 구속자와 3명의 수배자에 대한 선처, 지난 상처를 치유하고 분열을 사회통합으로 승화시키는 마무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