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와 에큐메니컬 운동
장로회 신학대학 교수, 명성교회 협동목사 노영상목사

WCC(World Council of Churches:세계교회협의회)는 1948년에 에큐메니컬 운동을 표방하며 결성된 교회연합체이며,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다. WCC는 개신교회와 정교회를 대표하는 세계 140여 개국의 349개 교단이 회원으로 있는, 약 5억 5천만의 그리스도인을 대표하는 가장 포괄적인 세계교회연합기구이다.

 

현재 기독교회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개신교회(Protestant Church)와 정교회(Orthodox Church)와 로마가톨릭교회(Roman Catholic Church)이다. 로마가톨릭교회(가톨릭교회)와 동방정교회(정교회)의 분열은 크게 보면 서로마제국과 동로마제국의 분리에서 기인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당시 서로마의 중심이었던 로마를 중심한 교회이며, 동방정교회는 동로마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이 중심이 된 교회이다. 서로마의 중심은 오늘의 이탈리아로, 동로마의 중심은 그리스로 볼 수 있으며, 이후 동방정교회는 그리스정교회로 불리게 된다. 그리스정교회는 이후 발전하여 러시아정교회와 분리되기도 한다.

 

개신교회는 여러 교단들로 구성되는바, 장로교회라고도 불리는 개혁교회, 독일을 중심으로 한 루터교회, 영국이 중심이 된 성공회, 침례교회, 감리교회, 성결교회, 오순절교회 등이 이에 포함된다. 현재 전 세계의 인구 중 가톨릭이 약 11억 명, 정교회가 약 2억 2천만 명, 그리고 개신교회가 4억 명 정도이므로 정교회와 개신교회 합쳐 6억 2천만 명 중 5억 5천만 명이 WCC에 속한다. 우리는 이 숫자를 정확한 것으로 보고 있지 않지만, WCC에 개신교 신자들의 상당수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에큐메니컬 운동(Ecumenical Movement)의 영어 단어 ‘Ecumenical’은 헬라어 ‘오이쿠메네’에서 온 것으로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을 의미하고 있으며 ‘세계’, ‘대지’, ‘흙’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이 '오이쿠메네'의 헬라어 어근은 ‘오이코스’로서 ‘집’으로 번역된다. ‘오이코’'를 어원으로 하는 영어 단어로는 에코노믹(economics, 경제), 에콜로지(ecology, 생태계) 등이 있는데, 모두 생명이 거주하는 공간을 뜻하는 ‘집’에서 파생된 단어들이다.

 

교회는 사람이 살고 있는 온 땅을 포괄하는 곳이어야 하며, ‘에큐메니컬’이란 의미는 일면 이 땅에서 저 땅 끝까지의 온 세상을 의미하는 ‘가톨릭’이란 의미와도 통한다. 이에 에큐메니컬한 교회란 온 세상에 걸쳐 있는 보편적인 교회로서의 가톨릭교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에큐메니컬 운동은 교회일치 운동으로 번역되고 있으므로, WCC는 전 세계의 교회가 하나 되어 한 몸을 이루는 모습을 강조하는 것이다.

 

가톨릭교회나 개신교회는 사도신경을 기본적인 신앙고백서로 하고 있으나, 정교회는 381년에 작성된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를 그들의 기본 되는 신앙고백으로 삼고 있다. 사도신경 곧 사도신조는 어떤 한 회의에서 정해진 신조가 아니다. 사도신조는 2세기 로마신경에서 출발하여 오늘의 형태로 점진적으로 발전하였는데, 6, 7세기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오늘의 형태로 고정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는 교회를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사도적 교회’(one, holy, catholic, apostolic church)로 고백한다. 이 부분은 기독교회 교회론의 근간을 이루는 내용이다. 기독교회는 무엇보다 교회의 하나 됨과 보편성을 강조한다. 하나 됨이란 나뉘어 분열하는 교회를 지양하는 말이며, 보편적 교회란 한 지역에 폐쇄된 교회를 지양하는 개념이다. 이상과 같이 교회는 하나이며 보편적인 교회를 지향하여 온 것으로, 그것은 사도신경의 내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우리는 왜 교회가 하나 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교리인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교회가 지역과 인종을 반영하며 독특하게 나름대로의 위치를 점하며 있으면서 나뉘어 있는 것이, 상황에 더 잘 적응하는 모습은 아닌지 반문도 해본다. 그러나 기독교회는 원시교회에서부터 교회의 하나 됨을 중요한 교리로 강조해왔다. 교회가 전체적으로 하나 된 모습을 가져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하는 은유에서 잘 드러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유기적인 하나 됨을 유지하는 것으로, 그러한 교회가 나뉜다는 것은 주님의 몸을 분할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회의 하나 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이에 고린도교회는 교회의 부정적인 모습들을 비판하면서, 교회 분열을 그것의 일순위에 두었던 것이다. 교회의 분열은 공동체의 결속을 파괴하는 행위로서, 교회나 집단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교회가 하나 되지 못 할 때 많은 문제들이 파생된다. 세상은 일단 그런 교회를 존경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하나 되지 못하고 헤게모니 쟁탈을 위해 싸운다면, 그것은 교회 이미지 훼손의 큰 이유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분열된 교회는 선교와 전도에 많은 손해를 입게 된다. 분열된 교단끼리 선교를 위한 경쟁을 하는 등, 서로가 나뉘어 다른 교회를 헐뜯음으로써 교회는 선교와 전도의 동력을 점점 상실하게 될 것이다. 특히 우리는 WCC의 설립 이유 중의 하나가 선교의 원활함을 위해서였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세계교회는 1910년 영국의 에든버러에서 세계선교협의회(IMC, International Missionary Council)를 세운바 있는데, 이것이 WCC의 모태가 되었다. 세계선교협의회를 모체로 하여 WCC가 세워진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서로 나뉘어 선교하는 것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교회가 분열된 모습을 보일 경우, 사회는 교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나뉘어 서로 다른 목소리로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세상은 그런 교회들의 말에 주의를 집중하지 않을 것이다.

 

기실 한국 교회는 여러 교파의 선교사들로부터 선교를 받음으로써, 교단의 분열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기존의 분열이 더욱 악화되어, 더욱 많은 교단들로 쪼개지는 아픔을 겪었다. 한국장로교회의 가장 뼈아픈 두 번의 분열 중, 한 번은 1953년의 예수교장로회(예장)와 기독교장로회(기장)의 분열이었으며, 다른 한 번의 분열은 1959년의 예수교장로회 내에서의 통합측과 합동측의 분열이었다. 우리 교단인 통합측은 WCC의 에큐메니컬 운동의 참여를 지지하였으며, 합동측은 그에의 참여를 거부하는 교단으로 분열된 것이다. 이러한 WCC에 대한 찬반으로 분열된 역사는 2013년 우리나라에서 WCC 총회를 유치하게 된 오늘의 상황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현재 WCC와 연계되어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는 우리 교단을 비롯하여 기장, 기감, 성공회, 순복음, 정교회 등 8개 교단이 연합되어 있으며, 또한 다른 취지에서 1989년에 세워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는 우리 교단인 통합측을 비롯하여 합동, 기성, 침례교, 고신 등 많은 군소교단들이 참여하고 있다. 본 교단인 통합측과 순복음교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등은 양편에 모두 참여하고 있어 규모상으로는 한기총이 더 크지만, 세계교회와 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더 권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교회의 하나 되는 일치운동은 초대교회 때부터 견지해온 중심 교리로서 우리는 이 하나 됨의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이에 본 교단은 한국의 양대 교회연합기구에 다 참여하면서 교회의 하나 됨을 위해 노력해온 교단으로, 이러한 우리 교단의 노력은 그간 한국 교회 내에서 결코 작은 역할이 아니었다.

 

2013년 WCC 제10차 총회 참여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WCC는 어느 한 교단의 교리를 고수하지 않으면서, 기존 회원 교회들의 다양성을 그대로 인정하는 연합체로서, 획일화된 새로운 교단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 WCC는 다양성 중의 일치(unity in diversity)를 추구하는 단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WCC에 참여하여 교단의 정체성과 교리적 주장에 손상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을 하등의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우리는 세계 교회가 모이는 WCC라는 장에서 우리의 복음적인 신학과 교회적인 장점으로 건전한 공헌을 하고, 세계 교회와의 적극적인 친교를 통해 서로 돕고 배우는 길을 취하여야 한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연합기구인 WCC의 존재를 무시한 채, 교회일치운동을 원만하게 펼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명성교회 - 당회장 김삼환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