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가 없는 까닭

 

 

 

송강 정철의 직계후손이며 이화여대의 대학원장을

지낸 바 있는 올해 아흔 한 살의 ‘선비’ 정기용 박사가

그의 고향인 충북 연풍에서 함께 차를 타고

경기도 가평에 들렸다.

서울 오는 길에 다음과 같은 소신을 피력하여 주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왜 백성들은

‘선비’를 그토록 존중하고 흠모하였을까.

단지 글을 잘하고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자리에 올랐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요.

그런 사람을 존경할 까닭이 어디 있겠소.

 

다만 진정한 선비에게는

’를 위해 언제라도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있기 때문이 아니겠소.”

나는 하루 종일 그 한마디를 되새기며

‘지도자’를 그리워하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이 나라가

이토록 한심하게 느껴지는가.

 

재주꾼도 많고 똑똑한 사람도 많은데

‘의’를 위해 목숨을 버릴 결심을 하고 사는

‘선비’가 없기 때문이라는 깨달음에 정신이 바짝 들었습니다.

재주가 많아도 두뇌가 명석해도

 

옳은 일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버려야 한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시정잡배들이

백성들 앞에 나타나 춤이나 추다가

패싸움이나 벌이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참된 ‘선비’, 진정한 지도자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돈벌이나 출세만을 지향하는 낡은 교육을 청산하고

옳은 일을 위해서라면

자기의 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그런 지도자를 양성하는

새로운 교육의 시작이 시급합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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