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저녁먹을 시간쯤 되어 친정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저녁은 드셨느냐고 물었더니 김에 밥을 싸먹으려고 준비하여 방으로 들어왔다고 하셨다.


김에 밥?

지난 번 김장을 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김장을 한 날에 늦은 점심을 먹었고, 돼지고기도 먹고 해서 그런지 밥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둘이 밥을 먹지 않는 걸로 '통과'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김에 밥을 싸먹자고 하셨다. 공기에 밥을 준비하여 간장, 깨를 넣고, 들기름이 부엌에 없어서 내가 가져오려고 가방 옆에 두었던 들기름 병에서 들기름을 조금 넣었다. 그걸 싸드렸더니 맛있다고 하였다.


그날 저녁!

어머니는 그 밥이 생각나신 모양이었다. 기름에 구워있는 김이니 다른 양념이 뭐 필요하냐고 하셨는데 내가 간장, 깨, 들기름, 그렇게 넣어서 드린 것이 입맛에 좋았는지 또 그렇게 준비하여 싸서 드신다는 거였다. '그것 가지고 되겠느냐'고 하였더니 '조금 부족한 것을 채우는 거다' 그러셨다.


큰 아들과 같이 계시지만 혼자 계신 것이나 다름없어서 늘 외롭고, 쓸쓸한 모양이셨다. 안방에 어제, 그제처럼 깔려 있는 이불에 친구삼아 보내는 날들이 얼마나 외로울까 싶다. 겨울이 되어 경로당에 가셔서 하루종일 일삼아 보내는 시간들은 다행히 감사한 일이다. 시골 어른들의 겨울은 따뜻한 경로당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예약된 시간처럼 보내시면서 조금은 외로움과 쓸쓸함을 잊고 사시는 것은 아닌가 싶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난 번에 인천언니가 동전주머니를 두 개나 준비하여 드렸다. 팔십이 넘은 연세에도 놀이삼아 화투를 하시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허리가 구부러져 앉아계시는 것도 힘들겠다 싶은데 모두들 좋아서 하시는 것을 보면


'삶!' 잃고 얻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잃었을 때 마음 상하고, 얻었을 때 부자인듯 하여도, '노모의 삶!'-그것 보다는 시간 가주는 것이 고마운 것. 시골 어른들께 화투놀이는 고마운 것이다 싶다. 가벼움에 몰입하고, 또 가볍게 버리는 시간들이 주름 잡힌 어제를 잊고, 오늘을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